요즘은 마제스터치니 리얼포스니 해피해킹이니 모두 처분했지만 한때 해피해킹에 버닝했던 때가 있었죠. 제가 키보드를 사들이기 시작한 게 2년쯤 됐는데 돌아보면 이곳이나 옆 동네나 트렌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때는 HHKB 백색각인이 무척 인기여서 매물 찾기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먹색각인이 훨씬 더 인기인 것 같고요. 가격 역시 한때 25만원까지 불러도 매물이 없었는데 요즘은 20만원 초반으로 낮아진 것 같습니다. 신품 가격이 38만원까지 치솟으면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신품과 중고품의 가격 차이가 10만원 이상 나죠. 간혹 30만원 언저리에서 신품 같은 중고 매물이 나오긴 하지만 거래는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리얼포스 역시 요즘은 거래가 많이 줄었는데요. 한때 86 물량이 많이 나돌았지만 가격 비싼 87이 출시되면서 중고 매물이 크게 줄어든 것 같습니다. 차등 제품의 경우 86이나 87이나 큰 차이가 없으니까요. 컬러 키캡을 포함한 86 이벤트 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눈 높이가 높아진 탓도 있고요. 상당수 키보드 마니아들이 리얼포스를 한번쯤 거쳐보지만 리얼포스에 정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틱했던 건 356 CL에 대한 선호도 변화였습니다. 356 CL 출시 이후 미조립품 매물이 간혹 나오기도 하고 조립품은 디스카운트를 해서 나오기도 했죠. 그러나 지금은 356 다크그레이 에디션이 간혹 거래될 뿐 356 CL 매물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프리미엄이 붙기도 하고요. 그만큼 만족도가 높다는이야기겠죠. 356 닭클 역시 매력적이긴 하지만 356 CL의 완성도에는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써 본 사람들은 알죠.
최근 더치트 CMA 에디션을 둘러싼 열풍은 그래서 놀랍기만 합니다. 커스텀 키보드의 가격 장벽을 거의 15만원 이상 낮췄으니까요. 게다가 품질 역시 결코 356 시리즈에 뒤처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스위치나 키캡, 스태빌을 조달하는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되고요. 아마도 더치트 공제가 시작되면 우리나라 하이엔드 키보드 시장이 발칵 뒤집히지 않을까요? 장터 분위기도 확 바뀔 거라고 봅니다. 더치트가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말이죠.
덩달아서 최근 복각된 356 N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저는 356 시리즈 가운데서도 356 N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응삼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도 356 N도 한동안 장터에서 찾아보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도 어떻게 하다 보니 화이트와, 블랙, 레드를 다 잡게 됐는데요. 어느 하나도 내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완벽한 키보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OTD 장터의 트렌드와 교훈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1. 장터는 나름대로 합리적이다,
2. 결국 진짜 좋은 건 매물로 나오지 않는다,
3. 공제는 닭참이고 쉬면 지는 거다,
4. 언제라도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게 있고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살 수 없는 게 있다,
5. 356 시리즈는 전설이고 진리다,
6. 더치트는 사기에 가까운 좀처럼 믿기 어려운 프로젝트다, 역시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7. 싫으면 마제나 쓰든가,
이 정도가 되겠습니다.
특히 4번 정말 공감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