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건, 1989년 국민학생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정규 수업 외에 학교에서 컴퓨터 수업받을 사람만 따로 모집하였습니다.
아마도 정부에서 APPLE과 MSX 컴퓨터 대신 IBM-PC를 교육용 PC로 밀어서 저런 수업이 생긴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군요. 물론 저도 반 애들 분위기에 따라 수업을 신청하였고, 그걸 계기로 집에도 컴퓨터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대우전자의 16비트 IBM-PC 호환 컴퓨터 IQ SUPER 였습니다. (8088 XT)
참고로 당시에 국딩이었던 저는 화려한 게임 때문에 같은 대우전자의 8비트 X-II를 훨씬 더 좋아했습니다.
그때부터 블랙 PC는 로망이었고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었구요^^;
다시 IQ SUPER 얘기로 넘어가서...
IQ SUPER는 640KB의 메모리에 2개의 5.25인치 디스크 드라이브 그리고 고해상도의 허큘리스 그래픽카드 무장한 최첨단의 컴퓨터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학교에서 배운 GW-BASIC 깨작 거리는 거 빼고는 게임기였죠.
그땐 정말 게임 복사를 위해서 5.25인치 2DD 디스켓 들고 이친구 저친구네 돌아다니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네 집에 방문하였는데, 걔네집 컴퓨터는 삼보 Trigem 이었습니다. (물론 XT)
그 컴은 메모리도 고작 512KB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속으로 '우리집 컴퓨터가 더 좋네 풉!~' 막 이러고 있었는데....걔네 집 키보들 치는 순간 뭔가 전율이 느껴졌었습니다!!!!!!!
왜...쟤네 집에서 키보드를 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은걸까?
우리집 컴이 더 최신꺼고 메모리도 많고 모든 게 다 더 좋아야 할텐데.. 키보드만 만지면 왜 걔네집 컴퓨터가 그렇게도 부러운걸까?... 어린 나이에 뭔가 정리되지 않은 억울하면서도 부러운 감정이 요동쳤었습니다.
이게 바로 제 어린 시절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각인이 되는 계기였습니다.
그리고 20살이 넘어 성인이 되어 케이벤치에서 공구했던 아론 키보드 공구에 참여하면서 어린 시절에 친구네서 만졌던 키보드가 기계식 키보드였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 어린 시절의 그 추억의 키감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하던 중...
키매냐를 발견하게 되고.. (그래서 닉네임도 추억으로 하게 되었죠^^)
시간이 흘러 OTD까지 넘어와 지금의 주체할 수 없는 취미생활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처음 사용한 기계식 키보드는 무엇인가요?
-한줄 요약 : 제일 처음 만져본 기계식 키보드는 팍심이다. 팍심을 찾기 위해 웹질하다가 키매냐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