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시간이 좀 남아 근처 큰 서점에 들렀다가 자동차 잡지를 좀 뒤적거렸습니다. 20몇년 전쯤부터 자동차 잡지를 쭉 봐오다 외환위기 때쯤 이런 저런 일로 바빠지고 해서 더 이상 자동차에 큰 관심을 못두었더랬습니다.
그때 좋아하던 자동차 칼럼니스트가 하나 있었는데 그분은 다른 분과는 달리 현학적 수사를 그리 많이 쓰지 않고도 실제 범부들이 느낄만한 점을 잘 집어낸 시승기를 써 주었더랬죠... 요새야 그런 시승기가 그 시절에 비해 많은데요.... 당시엔 그런 리뷰가 꽤나 드물었던 시절이었습니다....
뒤적 거리는데 그분이 쓴 칼럼이 하나 나오길래 읽다가 흥미를 끄는 책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책에 대한 리뷰는 아니었는데 다른 글에 간단하게 소개가 된 것이었더라구요... 급한 마음에 휴대전화 사진기로 책 표지 사진만 찍어 놓고선 며칠 잊고 있다가 사진을 보는 순간 퍼뜩 기억이 나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고 읽었습니다.
사고나서 조금 보고는 다 봐 버리는게 아까워 조금씩 읽고, 끝까지 다 읽지도 않았는데 앞 부분 다시 읽고 이러다 이제사 다 읽었네요.
바로 위 책인데요... 이 책도 자동차에 대한 어려운 말 하나 없이(물론 최소한의 용어는 나옵니다만) 마치 그 자동차를 타고 있는듯한 착각 내지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주는 오묘한 책입니다.
내용은 로터스 엘란, 시트로엥 2CV, 포르쉐 356A, 혼다S800 등 족히 40-50년은 된 차 20대의 간단한 시승기와 내장에 대한 소개입니다. 아마도 우리 나라 같으면 데쉐랄로 이것 저것 찍고 그런 책을 낼 기획을 했을 텐데요 일본이라 그런지... 아니면 자동차 잡지에 연재되어 있던 것이라 그런지 모두 흑백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디테일이니 그런 것을 모두 떠나 대쉬보드의 스위치 하나하나에 붙은 깨알 같이 적어 놓은 설명을 읽노라면 오랫동안 그 차를 소유하고 몰아본 사람에게 이 차를 탈 때에는 이런 점을 조심해야 합니다라는 말을듣는듯 합니다. 사진이 없어 잠시 섭섭한 마음은 들지만 오히려 일러스트로 제 상상력이 동원되며 소개된 차를 더욱 타보고 싶어지게 만듭니다.
언더스티어가 어쩌구 요잉이 있다느니 피칭이 좀 느껴진다느니 하는 현학적 수사는 전혀 없고 그냥 자동차를 모르는 사람이 만화적 잔재미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읽을 수 있게 잘 기획된 책입니다.
저작권에 문제가 될지도 모르지만 다소 폐쇄적(?)인 동호회 특성을 믿고 이 책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두 페이지의 스캔을 올립니다(문제가 된다면 자삭하겠습니다). 책을 스캔한 거라 좀 짤린 부분도 있는데 잘 보시면 이 책이 그냥 책으로도 재미있음을 충분히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1. 오스틴 미니에 관한 글 중에 한 페이지입니다.
2. 포르쉐 356A에 대한 글 중 한 페이지입니다.
마지막으로 클래식카에 있어서는 황무지나 다름 없는 한국에서 이런 책을 보다 보니 참 옆동네 일본이 부럽기도 하고 클래식카에 가장 근접한 차를 모시고 DIY로 해결하시는 몽키님이 부럽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책인데 빨간부엉이님과 같은 리뷰어를 못만나고 필자를 잘못만나 조악한 리뷰로 소개하게 됨을 책과 그 저자와 횐님께 죄송하네요...
그럼 모두들 즐거운 금요일과 주말 되세요.
몽키님 클래식 매니아 맞죠.. 포니를 좋아하시더군요 ^-^
좋은 리뷰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