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OTD에 올리는 마지막 포럼의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글을 올립니다.
키보드에 대한 열정도 이젠 거의 남아 있지 않고 가끔 매니아분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제가 생각하는 것들과는 많은 차이들도 있는 것도 같고..... 어쨌든 포럼의 글은 무기한 중단 예정입니다.
본 글에서는 체리 구형백축에 대한 소개가 주가 될 것입니다.
체리사의 1800 모델은 이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키보드가 되었지만
예전 한창 매니아들이 열을 올릴 때에는 구하기가 그리 녹녹하지 않던 키보드였다.
일반적으로 풀사이즈의 키보드들에 익숙해져 있던 유저들에게 1800은 마치 가뭄에 단비와 같던 존재였고, 그러한 까닭에 많은 매니아들이 열광했던 키보드로서 지금에 와서는 또뀨키보드나 356과 같은 커스텀 키보드들로 인해 목마름이 거의 해소가 된 지금에 와서는 다소 외면 받는 키보드가 되었지만 분명한 것은 키매냐들 사이에서는 분명한 발자취를 남겼다는 것이다.
1800이 주목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사이즈에 있었던 듯 하다.
특히 국내에 체리 키보드가 소개되면서 주목받았던 모델은 MX3000모델로서 풀사이즈의 키보드였다.
3000이 소개되면서 체리의 스위치가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서서히 유저층이 늘어나고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던 사이즈에 대해서 목말라하던 유저들에게 1800은 단비와 같은 존재였던 듯하다.
본인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 처음으로 1800이라는 모델을 찾게 되었고 그러한 와중에 얻게된 키보드가 지금 소개하려하는 구형 백축이 채용된 블랙 1800이다.
이 키보드를 득할때에 꽤나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이 키보드는 이베이에서 사진도 보지 않고 비딩하여 낙찰 받아서 구했던 것이다.
게다가 6개월만에 배송이 되면서 셀러에게 네거티브 피드백까지 줘가면서 환불해달라고 요청했던 기억이 있다.
MX1800은 11800과 함께 체리사에서 제조되어지는 랙마운트용 키보드로 풀사이즈의 키보드에서 약간 폭이 짧게 디자인되어져 있다.
이러한 짧은폭 때문에 매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것 역시 그다지 작게 느껴지지는 않는 키보드가 되어버렸다.
어쨌든 한창 키보드에 열이 올라갈 무렵에 득한 물건으로 당시의 키보드들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만족할만한 배열을 가진 키보드였다(지금에서 생각하면 좀 어리버리한 세이버였지만 당시는 무척 열광했었다).
체리사의 스위치 종류는 색상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는데 이미 이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본 글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어쨌든 이 키보드를 구할 적에 본인은 한창 갈축에 미쳐 있었다.
구분감 좋고 쫀득한 느낌의 갈축을 찾기 위해서 컴팩 1800을 구했었더랬고, 체리 MX5000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던 시절이었으며, 이러한 아쉬움을 MX11800 점돌기로
아쉬움을 달래던시절이었다.
그러한 와중에 구하게된 이 체리 MX1800 구형 백축은 뜻밖의 감흥을 가져왔었다.
무조건적으로 낮은 압만을 좋아하던(필자는 지금도 그렇지만 목디스크로 심하게 고통받고 있어서 낮음을 무조건적으로 선호했다) 본인에게 세로운 느낌을 주었던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그당시 체리 백축은 판매가 되고 있었다. 흔히 불리우는 신형 백축으로 아는 분의 권유로 한번 타건해본 것이 전부였다.
당시 백축의 인상은 그리 좋지 못하였었다.
하지만 우연히 구한 이 구형 백축 키보드의 느낌은 생각외로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늘 글에서만 보던 물흐르듯이 치는 타법(바닥까지 닿지 않고 스위치가 접점에 닿는 포인트까지만 눌러주는 가벼운 타법)을 흑축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던 필자에게
구형 백축은 보다 쉽게 이러한 타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스위치였었다.
그리고, 지금의 백축과는 치는 맛이 사뭇 달라서 압도 다소 가벼운 편이었고 슬라이더의 마찰감이 지금의 것과는 많은 차이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슬라이더의 마찰감은 사실 말로 표현해내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것 같다.
구형 슬라이더에서 느껴지는 스트로크시의 느낌은 하우징과 적당한 마찰감이 매우 잘 절제되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한가지 구형 백축의 장점은 체리사의 어떤 스위치보다도 높은 구분감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구형백축은 신형의 그것보다 좀 더 강하고 매끄러운 구분감을 준다.
지금에 와서는 구형백축의 높은 압력과 강한 구분감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스프링을 낮은 압으로 교체하는 선택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구형백축 본연의 매력을 너무 낮은 압으로 인해서
흐려지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체리의 백축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흑축과 갈축의 중간적인 특색을 가진 색상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흑축을 쓰면서 나에게 있어서 가장 힘든 점은 늘 바닥까지 누르는 버릇으로 쉽게 손에 피로가 온다는 것이었다.
좀 적당히 눌러보려고 해도 어느 부분에서 접점이 눌려지는지 여간해서는 감이 오질 않는 것이었다.
그러한 면에서 백축은 편하게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스위치였고, 어느 정도의 압때문에 손가락의 되돌림도 좋아서 리듬을 타기에도 아주 좋았다.
체리의 갈축이나 흑축과는 또 다른 맛을 느껴보려는 매니아가 있다면 순정의 구형 백축을 적극 추천해 본다.
전 구형1800 순정품은 블랙이 없는줄 알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컴팩과 같이 단차가 없는 키캡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