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밤 10시 칼퇴근하는 나날들에 행복에 겨워 죽기 일보 직전인 자주입니다.
지난 주...
항상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시는 저희 회사 최고 우두머리님께서,
"지점은 이미 변해가고 있다. 근데 본부 부서들은 처음에는 쫌 하는 척 하더니, 지금은 왜 이모양이냐?"
"니들 일은 많다면서 왜 야근은 안 하냐? 불이 꺼지지않는 XX은행을 보고 싶다."
이러셨어요.
그 후로... 야근 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점심만 제공해주던 구내식당에서 저녁도 제공해주기로 했습니다. 밥값은 부서경비로 계산하구요.
근데... 문제는...
수량 파악을 구실로, 오후 4시에 저녁식사를 할 사람들은 미리미리 신청을 하라는 겁니다.
게다가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으나, 밤 10시까지 야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야근을 안 한 걸로 간주해서 추후에 밥값을 청구한다네요-_-
밥값 내는게 문제가 아니라, 기분 더럽잖습니까... 9시 55분에 퇴근해도 야근 안 한겁니다. ㅋㅋ
나 원, 참 추잡도 이런 캐추잡이 없습니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공식이...
오후4시에 저녁밥 신청한 사람 명단 = 야근하는 사람 명단
==> 야근명단에 없는 사람 = 배째라 명단 = 찍혀도 상관 없으니 맘대로 해라 명단
저녁에 구내식당에 올라가보면, 점심때보다 밥 먹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아주 바글바글해요.
본부부서 전직원이 회사에서 저녁밥을 쳐먹고 밤 10시에 칼퇴근합니다.
저희 회사에서 칼퇴근하는 문화는 절대 못 볼거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네요.
아침에는... 정신이 멍~~~해서 일이 잘 안 되고...
낮에는... '아 ㅅㅂ 저녁에 하지 뭐...' 이러고 일에 집중 안 하고...
저녁에는... '아 ㅅㅂ 내일 하지 뭐...' 이러고 인터넷이나 하고 있고...
여자친구는 안 놀아준다고 투덜데고...ㅠ
코앞에 닥친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로 사측 눈치만 보고 있는 노조에서는 찍소리도 못하고 있고...
하루 14시간 꼼짝없이 회사에 잡아놓는 아름다운 변화...
하루종일 일에 집중 못하고 시간만 잡아먹게 하는 효율적인 혁신...
참 대단하고 멋진 회사로 탈바꿈하는 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왔으나 답답한 마음에 주저리주저리 읊어보고 갑니다ㅠ
어디 하소연 할 데가 없으니 이해해주세요ㅠ
그런데 저도 죽겠네요 ㅠㅠ...........저희 보스는 연차 수당 주기 싫다고 선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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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출근 밤 11시반 퇴근. 토요일 하루만 쉬는 쪼렙 직장인이 같이 한탄해봅니다
(추석당일만 쉬었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