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열대야에 잠을깨
침대에서 한시간가량 계속 뒤척이던 날이있었습니다.
도저히 잠을잘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서랍정리를 시작했지요.
별게 다나오더군요 언제 사놓았는지 모르는 정체불명의 키캡 ,컨버터, 스티커, 쓰다남은 실납 쪼가리 뭔짓을 했는지 모르는 체리스위치 등등
그러다가 아주 깊은곳에서 메모리카드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어 이게 뭐지??" 하고 열어본순간 3년전 헤어진 그녀와 마지막으로 여행갔었던 그 사진들이더군요 흠 헤어진지 3년이나 지났지만 완전히 잊지 못하고 있던 그분.
다른 인연이었던 분들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녀만은 가끔씩 생각나던 그런사람이었죠.
대학 졸업하고 방황하던 취직은 안되고 주머니에 돈은 없고 무엇보다도 자신감이 결여되어있던 그시절 암울했던 그때
잘해주지 못하고 상처주는 말을해버리는 이기주의자가 되버렸던 희미했었던 그 우울한 나날들이 선명하게 기억나버렸습니다.
그동안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 사진들에 그녀의 싸이주소가 써있더라구요.
"흠 들어가볼까 말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것이 좋은게 아닌데..라고 고민좀 했습니다만. 그냥 궁금했습니다.
뭐하고 지내는지가
그래서 들어가본 미니홈피에는 웨딩드레스 입고 찍은 사진들, 친구들이 글써놓은거 보니깐 얼마전에 아이도 낳았더라구요.
그리고는 '아차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고 빠져나오고 그 메모리 카드도 포맷시켰습니다.
그날은 이상하게 기분이 싱숭생숭 하더라구요.
울면서 전화하던 모습이나 마지막에 울면서 뒤돌아서던 모습들이 하루종일 떠오르더라구요
그러나 몇주가 지난 지금은 이상하게도 머리에 안떠오릅니다.
마음이 홀가분해진 기분이랄까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기를 잘한거 같습니다.
가끔씩 떠오르던 나중에 다시 인연이되겠지라는 전혀 현실적이지 못했던 막연한 기대감들 같은
마음속 깊은곳에 가지고 있던 덩어리들이 상자를 여는순간 쑤욱 빠져나간거 같아요.
요며칠간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