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친구가 맹덕할인으로 최종병기 활을 보자고 하여 아침 일찍 잔차를 끌고 나갔습니다. 언제나 아침공기는 무겁지만 1주일간 못탄걸 한번에 풀자는 기분으로 대치동에서 야탑까지 논스톱으로 달렸죠. 일전에 역풍으로 인해 1시간 20분가량 걸린 듯 한데 오늘은 50분도 안되는 시간을 끊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추월당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50분간 홀로 쉬지 않고 달렸다는게 기분좋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은 후 해어진다음 아침에 달린걸로 우쭐해져서 귀환을 했지요. 아침보다 상태가 조금 나아진 탄천을 달렸습니다. 역시나 절 추월하는 사람 없어 한껏 기세등등하게 달렸습니다. 그리고 양재천 진입 전 다리밑에서 어떤 꼬마가 천천히 가고 있었고 반대편 차선에서 달려오는 또다른 가족 떼딩. 전 오른쪽 비어있는 인도를 통해 달리고 추월 후 다시 잔차길로 진입을 하려는 순간 왼쪽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제가 진입하려는 것을 보고 속도를 늦추는 잔차 한대가 있었죠. 저는 왠지 저보다 빠를것 같다는 생각에 제가 양보를 하려 했습니다. 조금씩 속도를 줄이던 그 잔차는 제 의도를 알아채고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전 흘끔흘끔 그 정채를 파악하기 시작했죠.
처음에 드롭바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금빛 프레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장이 아니라 아노다이징된듯 해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탑승자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짧은 스포츠 머리에 태양빛에 그슬은 피부, 콧수염을 기른 얼굴은 40대 중후반 이상은 되보였고 무늬 폴로셔츠에 cs복 하의, 그리고 쓰레빠를 신고 빠르지 않은, 그러나 결코 쉬운 페달링이 아니라 바다와 같은 여유가 느껴지는 페달링이었습니다.
그분은 힐끌힐끔 저의 위치를 확인하더니 제가 피빤다고 여겼나보더군요. 너같은거 한트럭은 엎고 갈 수 있다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길 방향에 따른 수신호를 제게 보냈습니다. 허나 아쉽게도 코너 하나 지나고 저는 양재천 북단으로 건너갔고 그분은 다리를 건너지 않고 해어졌습니다.
비록 1분도 안되는 짧은 스침이였지만, 젊은 체력으로 타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기교를 뽑내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륜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범접할 수 없는 경지로 타는 고수를 보게 되었다는 사실이 제가 얼마나 갈길이 먼지 깨우치게 하는, 아주 부끄러운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