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출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 소자 납땜이 안 된 맠투 기판과 간이 보강판에 스위치를 체결해 보았습니다.
문자열은 로이터의 두꺼운 레이저 키캡, 주변부는 얼마 전에 입수한 돌치 레플, 스페이스바 쪽은 돌치 레플 스페이스의 구멍이 맞지 않아서 지난 번 뽀갠 8000계열 레이저 스페이스 바를 올렸습니다. 돌치 레플 스페이스 짧은 게 2개 있는데 어째서인지 둘 다 맞지 않더군요. 나중에 개조를 해야 할 듯 합니다. (원래 스페이스 사이즈가 저기에 맞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110개의 신형 백축과 70개의 구형 백축 중에서 그나마 쓸만하게 윤활이 되었다고 판단되는 86개의 스위치를 골라서 파란색 선으로 표시된 안쪽 문자열은 구형 백축, 그 외의 부분은 신형 백축, 스페이스 바는 회축을 적용했습니다.
스카페이스님의 이 링크를 보시면...
http://www.kbdmania.net/xe/638315
체리사 공식: 흑축 60g±20g / 백축 55g±20g / 갈축 45g±20g / 청축 50g±15g
스카님 실측: 흑축 80g± / 백축 85g ± / 갈축 55g~ / 청축 55g~
이렇게 나오는데, 실제로 신형과 구형 백축을 만져보면 구형 쪽이 스프링 압이 낮은 건지 슬라이더와 스위치 하우징 차이 때문인지 구형 백축 쪽이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위와 같은 키배치를 한 것은
1) 문자열은 부드러운 키감을, 주변 키들은 확실하게 눌리는 구분감 방식의 키감을 추구해 보자 잔머리를 굴린 것이고,
2) 구형 백축과 신형 백축의 차이점을 알아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키보드 밑에 1800충진 작업을 하고 남은 넌슬립매트를 깔고, 그 밑에는 나무블럭을 댄 후 타건...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쁘진 않지만, 썩 맘에 들지는 않는 수준입니다.
물론, 하우징에 체결하고 쳐봐을 때 키감이 진짜이겠지만, 가조립 된 상태로 쳐봐도 뭔가 문제가 있는 듯 합니다.
전에 송년회에서 만져 보았던 응삼님의 삼클 풀보강 백축이 우아한 귀부인 같은 키감이었다면, 제가 윤활한 백축은 섹시하긴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천박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키감이 너무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듯 하고, 역시 윤활 문제인지 사각 거림 속에서도 미묘하게 스위치가 달라 붙습니다.
삼클과 맠투
완전 조립과 가조립
풀보강과 간이보강
승화 키캡과 레이저/이색사출 조합
위와 같은 차이점도 있겠지만, 맠투도/돌치 레플과 두꺼운 레이저 키캡도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진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미인은 어떤 옷을 걸쳐도 빛나 보인다고 하는데 응삼님의 백축과 제가 윤활하고 가조립한 백축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차이가 느껴지더군요.
단순한 이야기로 어떤 키감을 선호하느냐는 호불호 문제가 아니라, 키감의 레벨이 차이가 납니다.
처음 키보드를 조립하는 초보가 아무리 노력해 보았자 달인의 영역에 이르기에는 그 동안 쌓아올려 온 내공이 틀리긴 합니다만...
안선생님도 말씀하셨죠. "포기?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예요."
일단 노력은 해 볼 생각입니다.
(뭔가 틀리게 보이지만, 눈의 착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제로록님과 같은 의미의 희생자(?)가 아닐까 합니다.
1분 정도 밖에 안되는 시간이었고, 이제는 그 키감을 기억한다고 확신할 수도 없지만 무언가 틀리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걸 보면 제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 보다 임팩트가 꽤 컸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스위치를 다 분해하고 처음부터 다시 윤활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일단 제가 결정적으로 실수를 했던 것으로 보이는 스프링 윤활.
아꽈님의 어드바이스를 따라 스프링의 잔여 기름을 완전히 빼는 부분을 주의해 보려고 합니다.
성질이 급하여, 옥션에 주문 넣은 융 대신에 일단 다음과 같은 도구를 준비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불*가리스 케이스와 스파게티 소스 뚜껑입니다.
스위치를 LSD오일에 스프링을 골고루 적셔준 후에...
(LSD는 Limited Slip Differentials의 약자로 자동차에 쓰이는 오일 같습니다. 퀄리티에 따라 여러가지 등급이 있고 가격도 몇 천원에서 몇 만원까지가 있는데 차이점은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무거운 오일로 가벼운 스프링에 윤활해 주면 기름을 먹어서 안정적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햄버거 같은 것을 포장하는데 쓰이는 맨질매질한 종이를 동그랗게 오려서 뚜껑 위에 깔아준 다음, 스파게티 소스 뚜껑 위에 오일에서 건져낸 스프링을 탈탈 털어서 수직으로 세워 놓고...
(아직 백축은 스위치 분해가 안되었으므로 사진에 보이는 스프링은 와이즈 흑축에서 추출한 것입니다. 구형 스프링의 압력은 70g 전후로 알려져 있습니다. 60g계열의 스프링이 없으므로 이걸로 풀보강에 구형 흑축 혹은 변백의 가능성도 시야에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스위치를 분양해 주신 되는대로 님과 비벗 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다음과 같이 뚜껑... 이랄까 불*리스 통을 덮어서 먼지가 앉는 것을 방지합니다.
하루에 한 번 밑에 깔아둔 타코스 포장지...를 갈아주면서 스프링이 뽀송뽀송해질지 실험을 해볼려고 합니다.
융이 도착하면 백축 스위치도 분해해서 아꽈님의 조언대로 해볼려고 합니다.
다 쓰고 나니 사진 게시판에 올릴 내용은 아니었습니다만, 매번 조립이 어느 정도 진전될 때 마다 조언을 얻고, 기록을 남기는 차원에서 여기저기 게시판을 어지럽히게 될지 모르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단하십니다.
기회가 되어도 겁이나서 응상님 키보드는 만져보지도 못할듯.
그저 난 막손이다, 막손이다...
하여간 계속 업데이트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