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때 방과후에 담임선생님이 저를 남기셨습니다.
청소까지 끝난 휑한 교실에 선생님과 단둘이 앉은 저에게 얼굴은 이쁜데 글씨가 못생겼다며 글씨 교정을 하자고 하시더군요.
그 나이대가 대개 그러하지만 유난히 말을 잘 들었던 저는 거역할 생각도 없었고 할수도 없었습니다.
작은키에 날씬한 여자선생님이셨는데
당시 빌딩에 붙는 커다란 대형 현수막 글씨를 자주 도맡을 만큼 실력도 인정받으신 분이셨고
당찬 여장부 스타일이셨으니 안그래도 내성적인 저는 완전히 기가 죽었겠지요...;
그렇게 일대일로 한달을 넘게 글씨를 써가면 지적을 받으며 국어책 한권을 다 써갔습니다.
그 후로 서서히 글씨체가 바뀌고, 군대에서 연습하여 펜글씨 자격증도 따게 되더군요.
헌데 펜글씨 검정하시는 분께서 정자로만 쓸줄만 알아서는 안되고,
자신만의 글씨체가 있어야 정녕 글씨를 잘쓰는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차라리 정자로 쓰라면 쓰겠는데 자신만의 글씨체는 어렵더라구요....
그렇게 인터넷에 글씨 잘쓴다는분들 글씨도 자주보고 실제로 만나기도해서 배우고 그랬었네요...
자연스럽게 만년필에도 관심이 가구요...
05년에 너무 갖고 싶던 만년필을 손에 얻고 만년필 까페에 글씨 잘쓰기로 유명하신분 글씨를 따라썼던 파일이 남아있네요...
따라쓰느라 급급해서 같은 글자인데도 운필이 다르고 난리네요.;
뭔가 올리기 엄청 부끄럽지만 얼마전 손글씨 사진을 보고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이제는 책상에 얌전히 앉아 만년필 끄적일 시간조차 없으니 좀 씁쓸한 생각도 드네요...
지금쓰면 쪼금은 더 잘쓸것같은데...
아... 부끄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