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록입니다...
지금은 제가 한아이의 아빠가 되어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 바로가 태어나기전 .. 그리고 제가 서울에 살기전.
정말 자식처럼 생각하던 녀석들이 있습니다.
아들같은 독도..
딸같은 몽몽이..
오늘은 이 두녀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마 개를 싫어하시는분.. 혹은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분들에게는
한번 읽어 볼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가 사진과 같은 한적한 곳에서.. 일은 힘들지만 그래도 여유롭게 지낼때..
진돗개와 핏불사이의 잡종인 강아지 한마리가 제게 오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안에서는 제법 오래 짓돗개 흑구(네눈박이)를 키워오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개.. 특히 잡종에게
그리 눈이 가지 않았지만 적적하지 않게 혹은 나중에 가게를 지키게.. 한마리 데려와 키우게 되었습니다.
워낙 한적한 시골에 있다보니 주변 고물상의 개떼들이 습격을 하기도 하고 밤에 제가 퇴근하고 나면 들개들에게 흠씬 혼이나기도 하며 정말 찌질이마냥 동네북처럼 터지던 이 강아지에게 저는
"독도" 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어쨋거나 내 개라는 뜻으로 지어준 이름인데 (당시 독도분쟁이 심했습니다.) 이녀석은 제법 씩씩하게 자라주었죠.. 한 6개월쯤 되었을라나..
가게 앞에서 새끼고양이 한마리를 줍게 됩니다.
버려진 것인지.. 어미는 죽은 것인지...
동물을 워낙 좋아하던 저인지라.. 불쌍한 마음에 손바닥보다 작은 녀석을 어떻게든 살려 보겠다고
빨대로 데운 우유를 불어 넣어주며 키웠습니다.
주인 사랑을 독차지 하던 "독도"는 처음에는 질투하기도 하였지만 제딴에도 아기고양이가 제법 불쌍해 보였던지 제법 잘 대해주게 되었습니다.
저는 곧 죽을것 같은 새끼고양이가 살아난 것에 대해 마치 꿈같은 일이라는 생각에 앞으로도 꿈처럼 이쁘게 자라라고 "몽몽"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이 구질 구질한 아기 고양이와.. 찌질한 강아지.. 그리고 두아이의 아빠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즐거웠고. 서로 사랑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아빠"라고 칭하였고..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저마다.. 사람 형제보다 친한 두녀석을 보고 신기해 했습니다.
독도는 몽몽이의 장난감으로 자신의 꼬리를 내어주었고..
자신을 할퀴던. 깨물던.. 그흔한 으르렁 거림도 없이 몽몽이를 받아 들였습니다.
몽몽이는 졸릴때면 외로울때면 혹은 심심할때면 언제나 어슬렁 어슬렁 독도를 찾았습니다.
함께 호숫가를 들판을 달리다가도.. 어느때인지 모르게 카운터를 보고 있는 제 발밑에
이렇게 독도가 앉아있고.. 곧 그품에 몽몽이가 안겨 있었습니다.
몽몽이가 자신의 품에 안겨서 잘때는 독도는 절대로 무슨 일이있어도 짖거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두마리가 함께 살수 있는 집을 지어주었고. 마치 제 뜻을 안다는듯 1.5평 정도되는 땅위에
모래 두 푸대를 뿌리고 백관파이프로 울타리를 쳐준 그집에서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독도는 특별한 개였습니다.
독도를 사랑한 몽몽이도 물론 특별했습니다만...
독도는 어느 누가 보아도 특별한 개였습니다.
가게에 온 손님이 어린 아가를 데려오면 독도는 그 아가를 지켜보았습니다.
혹시나 공이 있는 위험한 곳을 갈까..
혹시나 물가로 가서 떨어지지나 않을까..
그리고 몽몽이와 아이들을 돌보게 된 독도는 강해지게 되었습니다.
역시 지킬것이 있으면 강해지는 것일까요..
강아지 시절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던 고물상 6형제들도 물리치고
마침내 동내개들중 대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독도는 호숫건너편에 버려진 들개 새끼들을 돌보기도 하고
몽몽이가 아플때는 그옆을 지키며 간호하기도 하는 .. 특별히.. 사랑을 아는 개였습니다.
참 .. 운도 없는 놈이 었습니다.
어린 시절 골프공을 맞아.. 다리가 부러지기도 하고..
길가에 나갔다.. 차에 치여.. 유기견 센터에 실려갔다가..제가 구출해 오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먼저 보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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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둘이서 함께 할것 같던 어느날.. 몽몽이에게 첫 발정기가 찾아왔고
밖을 나가 집에 늦게 돌아오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리곤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습니다.
몽몽이는 갑자기.. 독도에게 화를 내고.. 집을 혼자 독차지 하였지만..
독도는 묵묵히 집앞을 지킬 뿐이었습니다.
출산이 다가오던 어느날..
밤 늦은 시간 가게에 놀러온 친구와 문을 닫고.. 깜깜한 시골길을 차로 나서던 중..
저는 벼락을 맞은것 처럼..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가로등 하나 없는 그길에서.
60키로의 속도로 달리면서도.. 저는 그 무엇이 길가에 있음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무엇이 제가 그토록 사랑하던 한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저에게 친구는 무슨일이냐며 당황에 물었지만
저는 말없이 차를 돌려.. 그저.. 몽몽이의 주검을 수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날 날이 밝아.. 저는 둘이서 함께 지내던.. 집가에.
몽몽이의 무덤을 팠습니다.
아침이면 언제나 온산을 뛰어놀던.. 독도는 제가 그 땅을 다파도록 제옆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훔치지도 못하는 그 눈물이. 얼마나. 슬픈지.
저도 울고 친구도 울었습니다.
몽몽이를 다 묻고.. 독도를 앉아주며.. "이제 됐다" 라고 저는 말했고.
그제서야.. 독도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딘가 저편으로 마구 달려 나갔습니다.
아마도.. 출산이 다가오자 불안했던 모양입니다.
독도가 지켜 주었을 터인데 분명히 그랬을 터인데..
그래도 자신은 고양이고 독도는 개라..
아니면 독도는 자기아기의 애비가 아닌. 다른 수컷이라..
그렇게 불안했었나 봅니다.
평소에 나가지 않던 논밭건너.. 큰길로 나간건.. 아마도 저길을 넘어 독도가 없는 곳에서
새끼를 낳으려던.. 때문이 었나 봅니다.
바보같이..
몽몽이를 가슴속에 묻고 또 집앞에 묻고 우리는 또 즐겁게 살아갔습니다.
흑장미라는.. 암캐도 한마리.. 들여오고요..
독도는 특별한 개입니다.
한때는 제가 소송에 휘말려.. 가게를 잠시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게되었습니다.
독도를 어디 데려갈때도 없던 저는 갑작스럽게 가게를 떠나며 독도에게 말했습니다.
"미안하다 독도야. 아빠가 꼭 돌아올게.. 친구집이던 어디던 가서.. 그때까지만 기다려라"
알았다는 듯이 독도는 달려 갔고..
한달뒤 제가 돌아왔을때 가게에 독도는 없었습니다.
제가 저 산을 향해 독도를 불렀고..
15분인가 지났을때쯤 독도는 돌아왔습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좋아하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가게에서 일했던.. 개를 좋아하는 아이의 골든래트리버와 말라뮤트를 키우는 우리로
알아서 찾아갔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친하던 그친구들과 먹고 자고 하며.. 놀았고.
단 한번도 제가 없는 가게에 온적이 없다고 합니다.
제 얘기가 아닙니다.
가게를 찾는 모든 손님들이. 영물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 제가 가게를 버리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큰 결심을 하고 서울로 떠나는 제 얼굴을 독도가 얼마나 핥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는.. 독도는 집을 떠났습니다.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산과 들을 뛰놀며.. 지내던 독도는..
제가 가게를 찾을때면 몇개월이 지났건.. 아무리 멀리 있건..
가게로 돌아와 제 얼굴을 핥았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사라졌습니다.
교통사고가 났을지 모른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제게 독도가 죽었다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진실을..
하지만 아무도 제게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제 맘을 알기 때문일까요..?
지금도. 전 가끔씩 이 글을 쓰는 지금과 같이 하염없이 울곤합니다.
지금도 독도가.. 몽몽이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제 사랑하는 아이들..
슬프다.....라기 보다는
찡한 이야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