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D에는 처음 글 올립니다. 게다가 이벤트에도 참가하게 되니 영광이네요.
아직까지 마이너 드레스업이 조금 남아있지만, 거의 완성되어 간단한 제작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먼저, 이 작업을 하면서 몹시 감사드려야 할 분이 한분 계십니다. 회원이신 '빵굽는타자기' 님이십니다.
도중에 4100의 콘트롤러가 고장나서 작업이 좌초될 위기에 빠졌을때, 일면식 없는 제게 그 귀한 Aikon 콘트롤러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작업은 순항하여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이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제작기는 빵굽는타자기님에 대한 헌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작업은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일이었지요...
2004년에 아래의 것을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시작은 좋았는데, 여건도 안되었고,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이사하다가 버렸는지 없어져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으면 완성
했겠지요... 저 키는 용산 내외전자에서 후타바 키를 구입해서 멤브레인 키보드 하나 헐어서 만들었었습니다. 아직도 키스위치를
내외전자에서 팔지는 잘 모르겠네요.
여하튼 오랜만에 키보드매니아에 복귀하면서 이래저래 보다가, 4100으로 어드저스터블 키보드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번쩍 든겁니다. 나중에 일은 생각보다 무척 커졌지만, 저질렀지요. 이베이에서 4100과, 부재료로 쓸 4700도 주문했습니다.
배송되는 동안 작업 구상을 하고, 설계를 했습니다. 필요한 재료들은 화방과 인터넷 부품상(디바XX마트)에서 구입했습니다
포맥스 판 1,2,3T, 우레탄 판 3T, 록타이트401, 테플론선, 화이트LED, 2.54피치 핀헤더, 소켓, 정도를 샀군요.
일단 기판을 분석하고, 키스위치를 다 추출한 후 패턴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커팅을 했습니다.
스페이스 바는 왼쪽으로 가도록 하고, 오른쪽 스페이스는 4700의 기판을 잘라 적당히 이식했습니다.
끊어진 패턴을 와이어링 해야겠군요... 더해서 분리된 왼쪽 기판쪽에 할당된 선을 묶어 옆으로 선을 내고, 역시
와이어링 했습니다.
멋진 아이콘 콘트롤러입니다. 초반에 키가 자꾸 리셋되어서 애먹었는데, 펌업한 이후로 거의 없어졌습니다. 아꽈님, 이노네이트님의 노고가 크시지요. 컨트롤러에는 직접 땜질하지 않고, 전부 소켓으로 연결했습니다. 직접 땜질하긴 아쉽기도 하고 재활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유사시 그대로 분리하여 교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옆기판과 연결하는 케이블은 테플론선 20가닥을 묶어 수축튜브 씌운건데요, 말은 쉬운데 좀 까다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외장은 포맥스 판을 적절히 잘라 적층했습니다. 샌드위치 같네요. 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잘라서 붙이는 식으로 했습니다.
보통 이런식으로 하면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커서 그러지 않도록 미리 설계를 잘 해야 겠지요. 기판과 닫는 부분은
3T 우레탄 패드를 대서 완충효과를 노렸습니다. 필연적으로 와이어링한 선이 바닥에 닿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만 키감의 변화는 잘 모르겠네요.
하판, 상판 덮개, 팜레스트 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판속에 너트를 심어서 분해조립이 쉽도록 했습니다.
맞춰보고 다듬고 하느라 기백번은 풀렀다 조였다 했던거 같네요. 그래도 나사산이 뭉개질 일은 없지요.
분리된 두 자판을 연결하는 소켓입니다. 분리가 가능해야 좋지요. 설계가 조금 부족해서 소켓이 오른쪽에서 F5키의 시야를 살짝
가려서 신경이 쓰입니다. 기억자 핀헤더로 할 걸 그랬습니다. ..
LED는 흰색 고휘도이고, 기판에 역시 소켓으로 연결. 나중에 맘 변하면 색깔 바꿔서 끼우면 되겠네요.
거의 완성된 모습입니다. 공정은 약 90%정도. 나사 구멍좀 메꾸고, 옆구리도 보기좋게 막고 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능상으론
완벽하지요.
4100의 키배열에서 가장 문제였던 오른쪽 쉬프트는 4700의 긴 키와 스테빌라이저를 이식했습니다. 몰랐는데 백스페이스 역시
작으니까 엄청난 압박이더군요. 그래서 역시 길게.... 왼쪽 스페이스는 스테빌라이저를 심을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어 이후 부품이
생기면 긴 키로 교체 할 수 있습니다. 편집키는 왼쪽에 두었는데, 제가 세진 왼손 키보드를 써온 터라 이게 편하네요. 마우스
동선도 짧아지지요.
키 자체의 감은 다 아시는 바고, 분리된 자판은 정말 편안합니다. 물론 오래치면야 손이 안아프진 않겠지만 일반 키보드보다
편안한건 사실이구요, 자판을 세우는 방향에 따라 또 다를것도 같습니다. 그건 좀 연구해 보아야 할 거 같고요. 어쨌든 좋습니다.
자작을 하면서 항상 고민하는게,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어설프게 만들면 조잡해지잖아요? 결과물이 조잡해지지 않도록 엄청
신경을 썼는데 결과를 보면 조금 부족하기도 하네요. 하지만 쓸 수 있도록 만들어놓으니 뿌듯합니다.
-추가, 최종완성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