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구상부터 완성까지 반년이 조금 더 걸린 제 첫 커스텀입니다. (물론 제손으로 만든 부분은 없습니다. ㅠ.ㅠ)
물건을 수령한지는 한주일 조금 지났는데, 회사 워크샵과 개인 휴가 등으로 오늘에서야 제대로 만져봤습니다.
사진은 급한대로 아이패드가 수고해 줬구요. :-)
나쁜동화님이 기판을 그려 주시고, 곤님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습니다.
맥유저라 잘 안쓰는 하단열 우측의 키를 과감히 삭제해버리고 vi 에디터 스타일의 커서키를 넣은 레이아웃이지요.
55g 스프링을 이용한 변흑이구요, 곤님의 섬세한 윤활과 스티커 작업.. 그리고 단차없는 깔끔한 하우징이 더해졌습니다.
키캡은 빨간색 대륙 승화를 중심으로 했고, 하단열은 서랍에 굴러다니던 ABS 컬러키캡류를 일단 급한대로 채워넣었습니다.
가장 하단열은 Ctrl, Alt, Command, Space, Command, Left, Down, Up, Right 순서인데..
Alt 자리에 어울릴만한 1x 사이즈의 alt 키가 없어서 더키 PBT 키캡에서 화살표 키를 하나 빌려왔습니다. ^^
아크릴 상판에서 펑션열과 숫자열 사이의 공간, ESC/F1, F4/F5, F8/F9 사이의 빈공간이 채워지지 않고 그대로 드러나 있는 오류는 있습니다만, 상판을 다시 가공해서 작업하긴 힘들고.. 저 위치에 들어갈 부분만 따로 제작해서 아크릴 접착제로 살짝 붙여 넣으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곤님께 특별히 요청해서 테스트까지 마친 부분.. 바로 보강판입니다.
스위치 상부와 하부를 연결하는 부분의 보강판이 움푹 파여 있는 모습이 보이시나요?
각 스위치마다 좌우로 4개씩의 홈이 있어서 보강판이 체결된 상태에서도 스위치 상부 하우징을 분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다양한 압력의 스프링과 백축, 청축, 적축 등의 슬라이더를 바꿔 껴가면서 제 손에 맞는 키감을 찾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부분입니다. 무보강으로 해도 될 부분이지만 무보강의 키감은 포커를 쓰면서 느끼고 있기 때문에 보강판이 있는 상태에서 여러가지를 시험해 보려 한 것이죠.
한번 열어 봤습니다. 잘 열리는군요. :-)
체리 스위치의 특성상 스위치 상부의 슬라이더만 바꿔도 백축, 흑축, 청축 전환이 가능하다고 하니 이것만으로 여러가지 축을 시험해 볼 수 있는 키보드가 완성된 셈이네요.
물론 한가지 문제는 있습니다.
스위치 상부와 하부를 연결하는 부분이 보강판에 의해 단단히 닫혀있지 못하다 보니 키캡놀이를 하다가 스위치 상부 하우징까지 딸려서 분해되는 경우가 가끔 생깁니다. 키캡을 한 4세트 정도 꼈다 뺐다 해봤는데, 두번 정도 키캡에 스위치 상부 하우징이 딸려 나오는 일이 생겼습니다.
1x 사이즈의 키캡의 경우는 그래도 괜찮은데 좀 길쭉한 키캡의 경우 뽑을때 좌우로 기울이거나 흔들며 뽑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런 일이 좀 더 많이 생기는 느낌입니다. 어차피 여러가지 축의 테스트 용으로 삼을 생각이었으니 같이 뽑혀 나오면 다시 분리해서 꽂아주면 될 일이라.. 디솔더링 없이 슬라이더와 스프링 교환해서 꽂아보는 장점에 비하면 크게 신경 쓰이진 않습니다.
이제 포커를 밀어내고 제 회사 자리의 메인 키보드로 당당히 자리 잡았으니 열심히 두드려야겠습니다.
그렇다고 없는 문서 작업을 손들고 받아와서 할 생각까진 없습니다만.. 기대가 됩니다. ^^
기판을 선뜻 그려주신 나쁜동화님과 제 특별한 보강판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테스트와 고민을 해 주신 곤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