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사무실 밖을 멍하니 바라다 보니 온갖 잡생각이 듭니다.
건너편의 복작거리는 오래된 동네와
살아날 줄 모르는 부동산 경기에, 땅 사두고 몇년째 펜스만 치고 묵혀둔 덕에 밀림처럼 우거진 숲,
그 사이의 오래된 기차역.
펜스 안의 잡목과 잡초들은 며칠전까지 다 죽어갈 것 같았는데, 비가 몇번 오고 나니 완전히 생생해졌군요.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저렇게 알아서 우거져 주다니,
아프리카 사람들이 본다면 정말 축복의 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그 땅 주인이 돈이 좀 생겨서 건물을 지을 때가 되면
하등 쓸모없는 잡풀따위 몇시간만에 사라져 버리게 되겠지만요.
요맘때가 생일이라,
늘 자기 생일에는 장마라며 투정하던 아가씨도 기억이 납니다.
생일이라고 예쁘게 차려입고 나왔지만
우산을 써도 들이치는 장맛비에 무릎 아래 스타킹만 색이 변해 우울해 하던
그 아가씨 짙은 눈썹도 생각이 납니다.
마누라는 오늘 집에 없는데.
잡생각은 많아지고.
어허.
위험합니다.